Introduction

나는 한국에서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소위 ‘국내파’ 박사이다. MIT에서 포닥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빅테크에 취업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나 또한 미국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꽤 많았다. 특히 “이걸 박사 과정 때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생각보다 커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사실 한국 국내 박사 출신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건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꽤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를 한 사람들은 주변 동료들이 빅테크 인턴을 나가고, return offer를 받고,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이 확정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라지만(?), 국내 박사는 대부분 논문 게재 → 졸업 → 국내 기업/연구소의 루트만 보고 달리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빅테크 인턴쉽, 무조건 나가라

빅테크 취업에 관심이 있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사 과정 중 빅테크 인턴쉽을 반드시 경험하라는 것이다.

내가 박사 과정을 돌아보며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박사 과정 동안 논문 게재에만 급급했다. “논문 몇 편 더 내야 졸업할 수 있지”, “이 학회 deadline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에 쫓기면서 박사 과정의 대부분을 보냈다. 물론 논문을 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논문을 쓰는 것과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별개의 트랙이라는 점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니, 알려줬는데 논문 게재에 급급해서 내가 안 들은 걸 수도…

인턴쉽이 중요한 이유

  1. 연구 주제를 산업계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학계에서 중요한 주제와 산업계에서 중요한 주제는 놀라울 정도로 다를 수 있다. 인턴을 나가보면 빅테크에서 어떤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어떤 기술 스택을 사용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2. 연구 방향을 빅테크에 align할 수 있다. 이게 내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우리가 연구하는 주제 자체를 빅테크의 니즈에 맞출 수 있다면, 논문도 쓰고 취업 준비도 동시에 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빅테크 인턴을 나가면 그들이 어떤 문제를 풀고 싶어하는지, 어떤 기술적 챌린지가 있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역으로 빅테크 인턴들이 어떤 걸 중점적으로 연구하는지를 파악해서, 그에 맞게 연구 topic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이다. 논문의 impact도 높아지고, 이력서에도 산업계 관련성을 보여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인 셈이다. 그래서 인턴을 가능하면 박사 초중반(한 박사 2-3년 차)에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남은 박사 과정 동안 그 경험을 기반으로 연구 방향을 전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Return offer의 가능성. 인턴을 잘 수행하면 return offer를 받을 수 있다. 나처럼 맨땅에 헤딩으로 직업을 구할 경우 거짓말 안치고 application을 거의 한 50-100군데 쓰고, 그 중 몇개 정도만 인터뷰 기회를 주는 식으로 직업을 구해야 한다. Return offer가 있으면 취업 시장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인터뷰 시 이미 검증된 사람이라고 간주해서 인터뷰 프로세스가 엄청 쉬워진다.

Q. 논문만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논문을 많이 쓰면 알아서 취업이 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top-tier 학회에 많은 논문을 게재하면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빅테크 입장에서 보면 논문 수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고, 실제로 그 사람이 산업계에서 필요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인지, 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나의 경우, 박사 과정 동안 SLAM과 관련된 논문을 열심히 썼지만, 인터뷰를 볼 때 “그래서 이 연구가 우리 제품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매끄럽게 답하기가 어어어어어엄청 어려웠다(그리고 autonomous driving하는 회사들은 이미 mature한 code base가 있다). 인턴 경험이 있었다면 이런 질문에 대한 감각이 훨씬 날카로웠을 것이다. 이게 내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다. 논문을 게재하는 데에만 급급해하며 박사 과정을 지냈는데, 돌이켜보면 산업계가 원하는 방향과 학계에서 내가 달리고 있던 방향 사이에 갭이 있었던 것이다.

국내 박사의 현실적 어려움

물론 국내 박사가 빅테크 인턴을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비자 문제, 지도교수님과의 조율, 연구실 문화 등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remote 인턴쉽도 많아졌고, 3개월 정도의 인턴은 J-1 비자로 비교적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일단 시도해보자.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던가. 빅테크의 인턴 지원 프로세스 자체가 취업 준비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설령 떨어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향후 진로에 또 도움이 된다.

정리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박사 과정을 논문 게재만을 위한 시간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논문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졸업 후 진로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빅테크 인턴쉽은 연구 방향 설정, 산업계 네트워크 형성, 그리고 return offer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이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박사 초중반에 꼭 한번은 도전해보길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 취업을 위한 CV 작성법에 대해 다루겠다.


한국 국내 박사로 미국 취업하기 시리즈입니다.

  1. 한국 국내 박사로 미국 취업하기 - 1. 박사 과정 동안 준비
  2. 한국 국내 박사로 미국 취업하기 - 2. CV Template 선택과 ATS 전략
  3. 한국 국내 박사로 미국 취업하기 - 3. CV 내용 작성하기
  4. 한국 국내 박사로 미국 취업하기 - 4. Interview 준비